올 겨울 극강 한파가 밀려오는 이유
올 겨울 극강 한파가 밀려오는 이유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1.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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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CNN방송은 새해 벽두부터 미국 전역에 몰아친 ‘최강 한파’로 인해 최소 1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곳곳에 폭설도 예고됐다. “눈과 비, 강풍이 뒤섞여 동부해안 전역에 허리케인과 같은 눈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상이변도 발생하고 있다. 추워야 할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는 남부 플로리다 주 잭슨빌보다 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추워야할 북쪽 날씨가 올라가고 따뜻해야 할 남쪽 날씨가 추워지는 이상징후가 이어지고 있는 중.

 

2018년은 엄청난 강추위로 시작. 출처: pixabay

3일 ‘phys.org’에 따르면 이런 기상이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북극 한파 때문이다. 최강의 한파가 머물러 있어야 할 곳은 극지방의 대류권 상층부부터 성층권까지에 걸쳐 형성돼 있는 극지방의 극소용돌이(polar vortex) 영역이다.

 

“댐이 무너진 것처럼 한파가 밀려오고 있다”

 

극소용돌이가 가장 강한 겨울에는 극권의 차가운 공기와 낮은 위도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계를 따라 제트기류가 흐르는데 겨울에는 이 제트기류가 아주 강하게 동서 운동을 하면서 한파가 내려오는 것을 막아준다.

 

Polar voltex. 출처: wiki media commons

그러나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북극 기온이 올라가고,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 간의 기온 차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공기 소통을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오히려 북극의 찬 공기 폴라보텍스가 남북 운동을 하게 된다.

 

한파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세계가 추위에 떨고 있는 중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심지어 중동 지역에 인접한 터키까지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한파는 기록을 경신할 정도의 극강 한파(Super Cold)다.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더럼 지역에서는 수은주가 섭씨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는데 1887년 이후 130여 년 만의 최저 기온이다. 플로리다 주도인 탈라라시에서는 1989년 이후 처음 2.5cm 가량의 눈이 내렸다.

 

미국 보스톤의 기상전문가 유다 코헨(Judah Cohen)은 “마치 댐이 무너진 것처럼 한파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 관계자들은 이번 주말에도 동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극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 해안 지역에는 눈 폭풍이 몰아쳐 기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오클라호마 대학의 기상학자 제시슨 퍼타도(Jason Furtado) 교수는 “특히 북동부 지역에 최강의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대비책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기상청에서는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 최대 30cm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차가운 공기가 오대호 호수 위를 지나면서 눈구름을 만드는 일명 ‘호수효과(Lake Effect)’ 때문이다. 이미 연말 폭설로 뒤덮힌 이 지역에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상 한파 현상 향후 수십 년 간 이어질 수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기상학자들은 한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극소용돌이(polar vortex) 붕괴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번 한파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데 반대해왔다.

 

기후변화가 극소용돌이 영역을 붕괴시킬 정도로 강력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 그러나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에서는 최근 극소용돌이 움직임이 정상을 벗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계속될 경우 더 심각한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것. 포츠담연구소의 기상학자인 마를렌 크레치머(Marlene Kretschmer) 박사는 이런 이상 징후가 1990년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사는 그러나 최근 극소용돌이 붕괴현상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극강 한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유럽에서는 미국의 겨울 폭풍 ‘엘리노어’의 영향으로 강풍이 불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수십 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항공과 철도 운행도 곳곳에서 중단됐다.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 ‘엘리노어’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프랑스에서만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20여 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고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영국 역시 전역이 강풍 영향권에 들면서 쓰러진 나무에 깔려 1명이 숨지고 2만3000여 가구가 때 정전됐다. 네덜란드에서는 강풍에 뿌리째 뽑힌 나무가 주차된 차량이나 주택을 덮치는 피해가 속출했으며, 독일에서는 열차가 탈선하고 고속도로가 차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극소용돌이는 지구에서뿐만 아니라 태양계 내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도 발견된다. 금성, 화성, 목성, 토성, 그리고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극소용돌이에 이상현상이 발견됐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성의 극소용돌이. 출처: NASA

크레치머 박사는 “기후가 사람의 기분(mood)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예측하기 힘든 사람의 분위기처럼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는 것. 그런 만큼 특정 기간 한파를 보고 결론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의 이상한파의 원인을 극소용돌이로 보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분석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소용돌이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증명을 위한 기간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이어지고 있는 한파, 폭설 등 기상이변은 지속적으로 유지돼오던 지구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추정케 하고 있다. 원인을 찾기 위한 기상학자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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