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 최고의 불명예, 도핑
By 김진솔
2018-01-09 16:39:30 1977

“왜 이렇게 다들 잘하지, 약을 먹었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경기 후 수년 만에 은메달을 얻게 된 김민재 선수. 출처: SBS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역도종목에서는 8위였던 김민재 선수가 경기 후 4년만에 은메달을 승계받게 됩니다. 1, 2, 3, 4, 6, 7, 11위의 선수들이 모두 도핑에 걸리는 대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함께 출전했던 선수 21명 중 7명, 선수 무려 1/3이 도핑 검사에 적발되었어요. 금메달은 5위였던 이란의 모하메드 푸어 선수가 거머쥐었습니다.


평창올림픽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매 국제경기 때 항상 언급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도핑인데요. 도핑이란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선수가 금지 약물이나 금지 방법을 사용하는 일을 말합니다. 도핑은 선수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페어플레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현재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도핑 관련해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신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까요?


도핑 테스트의 시작과 현재의 도핑테스트


이전에는 선수의 약물 복용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개인의 선택이라고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1960년 로마 하계올림픽의 사망사건으로 인해 바뀌게 되었어요. 덴마크의 사이클선수 크누드 에네마르크 옌센이 경기 도중 자전거에서 떨어지고 두개골 골절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그의 혈액에서는 다량의 암페타민이 검출되었다고 해요. 비록 그 다음해인 1961년 열사병에 의한 사망이었다고 정정되지만, 이 사건은 국제 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검사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IOC는 1967년 도핑에 관한 의무분과위원회를 세웠습니다. 1968년 프랑스 그레노블 동계올림픽 때무터 도핑 검사를 도입했습니다. 1999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세워져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도핑방지위원회(KADA)가 2007년부터 국내 도핑 테스트를 총괄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금지약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선수시절의 하이디 크리거와 장기간 도핑 후의 안드레아스 크리거. 출처: CNN


1986년 유럽 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독의 여성 투포환선수 하이디 크리거는 21.1m의 신기록을 세우며 유망주에서 최고로 부상합니다. 그러나 4년 후인 1990년 24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는데요. 그 이유는 도핑 때문이었습니다.


냉전 시대 동독은 체제 선전을 위해 스포츠를 적극 활용했어요. 따라서 운동선수들에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전체 동독의 운동선수중 95%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할 정도였다고 하니 어마어마하지요? 게다가 크리거의 경우 코치가 비타민이나 영양제라고 거짓말을 하고 먹였다고 하는군요.


장기간의 복용으로 인해, 크리거는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게 됩니다. 월경은 커녕 배란조차 되지 않았고, 온몸에 수염을 비롯한 털이 자랐습니다. 거기에 근육량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서 체중이 100kg에 달했어요. 잦은 부상으로 인해 그녀는 더이상 운동을 할 수 없었고, 은퇴하게 됩니다.


은퇴 후에도 그녀의 변화는 계속되었어요. 여성이었던 크리거는 남성으로 변해버립니다. 외모의 변화로 인한 정체성 혼란과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앓았던데다 원래 이성애자였던 그녀가 여성을 보고 성적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요. 따라서 그녀는 31세인 1997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이름도 안드레아스 크리거로 바꾸게 됩니다. 현재는 남자로 살며, 마찬가지로 도핑 희생양이었던 동독 여자 수영선수 우테 크라우제와 결혼하여 살아가고 있어요. 안드레아스 크리거의 사례는 현재까지 알려진 도핑의 부작용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란?


크리거가 복용하였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체내에서 남성호르몬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성 화합물들이에요. 근육을 자라게 하는 기능으로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금지 약물입니다. 현재도 많은 선수들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여 도핑에서 적발되고 있어요. 공식적으로 1974년 금지 약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콧수염을 기르고 싶었을 뿐이었던 강수일 선수. 출처: 중앙일보


바르는 약도 예외는 아닙니다. 축구선수 강수일의 경우 도핑 테스트에서 메틸테스테론이 검출되었는데요. 콧수염을 나게 하기 위해 발모제를 발랐다고 해명했어요. 최종적으로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징계로 2년 자격정지가 내려졌습니다. 선수 몸에 들어가는 모든 약물에 대한 책임은 선수에게 강력하게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금지 약물의 종류


금지된 약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출처: pixabay


도핑에 쓰이는 물질은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 근력 증가를 유도하는 것뿐 아니라 심폐지구력 향상, 체중감소나 각성, 불안감소 등 다양한 작용을 하는 물질을 사용합니다. 불안 감소를 일으키는 바비튜레이트 등 부터 각성제인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적혈구 생성량을 늘리는 에리스로포이에틴 등을 사용해요. 각 물질은 체내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분해됩니다. 짧게는 2일, 길게는 1년 이상 잔류하고 기능합니다.


이중에는 치료에 자연스레 쓰이는 물질들이 많아 운동 선수라면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해요. 따라서 주치의에게 처방을 받을 때 해당 물질들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반드시 따지고 복용해야 합니다. 한국도핑방지협회 홈페이지에서 약품의 성분이나 이름으로 금지 여부를 조회 할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 데이터베이스화 하기 쉽지 않은 생약이나 한약, 건강보조제, 보충제 등에도 해당 물질들이 들어있을 수 있으니 이미 검증된 보조제를 먹으라고 권장합니다.


도핑도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체내 잔류기간에 따른 사이클을 설정하고 복용량을 조절하여 검출을 피하려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새로운 약물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도핑 검출의 기술 또한 상당히 발전되었고, 계속해서 금지 약물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세계적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의 경우 꾸준히 복용하던 약물이 도핑테스트 목록에 새로 올라간 것을 모르고 있다가 자격 정지를 당했지요. 세계 반도핑기구 홈페이지에서는 현행 도핑 테스트 방법뿐 아니라 연구가 진행 중인 도핑 테스트 방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요.



약물 형태가 아닌 도핑


도핑이라고 하면 약물 투여만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약물 투여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이클 영웅이었던 랜스 암스트롱은 선수생활시절 자가수혈을 하였다고 고백하였죠.


그는 자신의 피를 미리 뽑아 원심분리를 해서 적혈구만 분리해서 보관했다가, 경기 전 주사하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이 방법으로 적혈구 생성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를 주사하는것과 유사한 효과로 심폐지구력을 늘리는 방법이죠.


유전자 도핑, 어떻게 될까요? 출처: pixabay에서 수정


요즘은 유전자 도핑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서 운동능력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치료를 위해서 개발된 기술인데요. 약물에서와 마찬가지로 치료와 도핑은 한 끗 차이에요. 아직은 안전성 확보가 되지 않아 사람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도핑에서도 쓰이지 않고 있지만 차후 사용에 대해서는 세계반도핑기구도 주목하고 있다고 해요.


기존과는 다른 검출 방법을 써야 할텐데요. 성인에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삽입할 경우 전신의 세포가 아닌 일부 세포만 유전 정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핑, 이제 그만 하면 안 될까요?


계속되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도핑 검출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어요. 선수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불명예이고, 무엇보다 선수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합니다. 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실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유혹일 수밖에 없겠지요? 따라서 기관 차원에서의 강력한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어떠한 금지 약물도 자신의 체내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각 개인의 의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고의성과 무관하다고 못을 박아놓았는데요. 모르고 먹었다, 발랐다, 맞았다고 변명해도 소용없는 것이지요. 현재 도핑을 피하는 것 또한 선수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선수 뿐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거나 시도한 코치와 선수 지원 요원 또한 도핑 제재의 대상이 됩니다.


지난 2014년 독일의 공영방송을 통해 러시아가 선수들의 도핑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소변과 혈액 샘플도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도핑테스트를 피해간 '도핑 스캔들'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부터 전종목 출전금지를 선언하라는 의견이 높았는데요. IOC는 각 종목별 경기연맹이 러시아의 출전여부를 판단하라고 해서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을 받았어요. 


그러나 그 후에도 러시아에서 도핑 퇴치에 소극적이자,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국적의 선수들은 국기를 달지 않은 개인 자격으로만 참가가 가능해요. 게다가 훨씬 더 강도 높은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만 하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가차원에서의 우승을 꾀하는 것, 안드레아스 크리거와 같은 비극을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다가오는 평창 올림픽에는 즐거운 경기 운용과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도핑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석사과정 김진솔 (ijins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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