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 ㄱ나니?
필름 카메라, ㄱ나니?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1.04 18:04
  • 조회수 2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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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신 세대인가요? 카메라 뒷면의 뚜껑을 열고 갈색 필름을 끼워서 사용하는 '필카' 말입니다. 집에 있는 앨범에 어릴적 사진이 3X5인치 빳빳한 종이로 앨범에 꽂혀있지 않나요? 저는 가끔 필름을 감기 전 뚜껑을 열어버리는 실수를 했죠. 필름에 빛이 들어가서 열심히 찍은 사진이 하얗게 날아가 버려 엄마가 많이 속상해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빛에 반응하는 ‘감광현상’

 

아날로그 필름에 어떤 원리로 사진이 맺히는 걸 까요? 그리고 필름 뚜껑을 열었을 때 왜 사진은 하얗게 변해버린 걸까요?

 

필름의 구조

필름에는 빛에 반응하는 화학물질인 ‘감광제’가 발라져 있어요. 감광현상은 빛에 반응하여 물질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은 양이온과 할로겐 음이온으로 이루어진 염이 감광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이에요.

 

흑백 필름을 기준으로 예를 들어 드릴게요. 흑백 필름에 발라져 있는 은염은 브롬화은(AgBr)인데, 빛을 받게 되면 브롬과 은이 분해되면서 은 이온으로 변화하게 돼요. 그러면서 빛이 닿은 자리에 검은 흔적이 남게 되지요. 그래서 흑화은이라고도 합니다. 빛이 밝을 수록 더 검게 변하게 돼요.

 

그러면 이 검은 흔적을 바로 볼 수 있나 하면 그건 아니에요. 예전에 카메라 열어본 분들은 기억 하실 지 모르겠지만, 카메라를 열었을 때 필름은 눈으로 봤을 때 새 필름이랑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바로 닫을 생각을 못했어요 엄마) 사진을 찍을 때 생성되는 은의 양은 너무 적어서 사람 눈으로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에요. 이걸 ‘잠상’이라고 해요.

 

현상, 그리고 인화

 

얻은 잠상을 잘 보이도록 나타내는 것이 ‘현상’ 이에요. 둘둘 말려있던 필름을 꺼내서 알칼리성 환원제가 들어있는 현상액에 담궈요. 촬영한 필름에 현상액이 닿으면 잠상을 이루고 있던 은이 핵으로 작용하며 그 주변의 브롬화은이 은으로 치환돼요. 따라서 은의 농도가 증가하여 눈에 볼 수 있는 농도가 됩니다. 계속 담가두면 빛에 닿지 않은 부분까지 환원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응이 진행되면 멈춰주어야 하는데, 이 때는 산성으로 된 정지제를 넣어 용액을 중화시켜 주어 반응을 멈추게 됩니다. 정지제로는 주로 아세트산을 이용해요.

 

현상을 할 때는 필름을 빛이 없는 암실로 가지고 가서 다른 빛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해요. 옛날에 가장 많이 쓰시던 ISO 100 필름을 기준으로, 필름이 빛에 노출되는 시간은 대략 1/1,000초~1/80초에요. 따라서 현상되지 않은 필름이 너무 많은 빛에 노출되면 모든 은염이 반응하여 결과물이 하얀 화면만 나올 수 있답니다.

 

빨간 빛의 등이 켜져있던 옛날 영화들의 암실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나요? 빨간 빛을 켜 놓을 수 있는 이유는 필름의 감광물질이 빨간 전구에 해당하는 파장을 흡수하지 못해서 환원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상태로 끝낸다면, 나머지 부분에서 또 빛에 의한 환원반응이 일어나겠죠? 마지막으로 고정제를 이용하여 반응하지 않은 브롬화은을 씻어내야 해요. 고정제로는 티오황산나트륨 등을 사용해요. 이 과정을 정착이라고 해요. 브롬화은은 불용성이었다가 이 단계에서 수용성으로 바뀌며 물에 녹아 나오게 됩니다. 브롬화은을 제거한 필름을 물에 씻어 말리면 현상이 완료되고, 어릴 때 적당한 길이로 잘려서 사진관에서 찾아오던 필름처럼 밝고 어두움이 바뀐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화면을 음화라고 하는데요. 휴대폰 카메라에서 ‘반전’혹은 ‘네거티브’ 필터를 사용하면 음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화가 완료된 필름
일반적으로 보는 사진과 음화(positive와  negative 이미지) - 출처: pixabay

이미지의 색 대비를 크게 하기 위해 검정색인 눈동자, 머리카락과 흰색인 치아가 모두 드러나게 찍을수록 과학적으로 징그럽게 찍을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것을 다시 우리가 본 것과 같은 색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색을 한 번 더 반전시키면 됩니다. 이 단계를 ‘인화’라고 해요.

 

밀착인화

가장 간단한 인화 방법은 밀착 인화인데, 암실에서 필름 뒷면과 인화지 앞면을 대고 빛을 쪼이는 것입니다. 인화지에도 필름처럼 은염이 발라져 있어요. 이 상태로 빛을 쏘이면 인화지 위에 필름을 지나친 빛이 닿으면서 필름에서 어두웠던 부분은 밝게 보이게 되지요. 필름에서 어두웠던 부분은 실제로는 밝은 곳이니,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상이 맺히게 돼요. 일정 시간 기다린 뒤 약품을 처리하여 반응을 정지시키면 됩니다.

 

확대인화

더 큰 사진을 얻고 싶다면 확대인화를 할 수 있습니다. 현상한 필름을 위쪽에, 아래 판에는 인화지를 놓고 인화기에서 빛을 쪼이면 위 그림과 같이 빛이 진행하며 더 큰 사진을 얻을 수 있어요.

 

여전히 이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필름 상태로 스캔 후 디지털로 반전시켜 인쇄하는 방법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답니다. 원래의 용어 때문에, 한 번 더 환원반응을 일으킨 것이나, 스캔한 이미지를 인쇄한 사진이나 디지털사진을 빳빳한 인화지에 인쇄한 것들을 모두 포함해서 인화라고 불러요.

 

컬러 필름의 경우에도 현상과 인화의 원리는 같습니다. 다만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에 반응하여 색이 변하는 세 종류의 은염이 층이 구분되어 발라져 있어요.

 

단종된 필름카메라를 굳이 쓰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

 

이제까지 보니 버튼만 누르고 파일만 옮기면 되는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 참 번거로운 필름 카메라인데 아직도 쓰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뭘까요? 중고나라에서 라이카 사 필름 카메라는 왜 여전히 비싸게 팔리는 걸까요?

 

필름카메라는 연속적인 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불연속적 수치인 픽셀 단위로 정확하게 셀 수는 없지만, 굳이 따져보자면(ISO100 35mm필름을 기준으로) 약 10만 픽셀 정도라고 해요. 이는 한참 전에 디지털카메라에 따라잡힌 수치입니다. 게다가 필름을 사고 현상하고 인화하는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지요. 그렇지만 필름카메라의 사진을 보면 디지털카메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깊이감이 있어요. 넓은 범위의 노출 정도를 표현할 수 있죠. 아주 그림자가 져있지만 않다면 상당한 밝기차이를 함께 담아낼 수 있지요. 또한 필름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의 색감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필름 상자에 있는 색은 그 필름이 어느 색을 가장 선명하게 표현해주는지를 나타내는 거에요. 비교해볼까요?

 

분홍계열이 강점인 코닥 컬러플러스 필름과(좌, 출처:http://www.film09.com/) 이 필름으로 찍은 사진(우)
푸른계열이 강점인 코닥 울트라맥스 필름과(좌,사진출처: http://www.film09.com/) 이 필름으로 찍은 사진(우)

한 필름에 두 번의 사진을 찍어 두가지 영상을 겹치게 하는 이중노출하는 재미도 있어요.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로도 가능 하지만,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더 실험적인 기분으로 깊이감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어요.
 

이중노출로 얻은 결과물

그리고 필름이 빛을 받으면 하얗게 된다는 이야기를 드렸지요? 가끔 필름을 넣는 과정에서 끝부분이 빛에 노출되어 특이한 그라데이션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걸 필름이 탔다고 표현해요.

 

탄 것처럼 보이나요?

필름의 원리, 그리고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은 사진들 어떠셨나요? 일반적으로 새 필름의 유통기한은 평상온도에서 2년이고, 찍은 후에는 환원반응이 조금씩 진행되기 때문에 한 달 이내 현상을 권합니다. 다만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 특유의 변질된 색감도 묘한 느낌을 주어 일부러 유통기한 지난 필름을 사고 팔기도 합니다. 

 

가끔 필름이 들어있던 카메라의 경우 보관상태가 아주 좋으면(운이 아주아주 좋으면) 현상, 인화 시 자기의 어릴 때의 사진이 나오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웃님들도 부모님의 장롱 속 먼지 쌓인 사진기를 찾아 필름을 넣고 돌아다녀보는 것은 어떨까요?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석사과정 김진솔 (ijins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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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2020-07-01 08:20:26
유익한 정보를 간단하게 설명한 좋은 글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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