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쌍둥이가 돌아와!? '쌍둥이 소실'
By 박연수
2018-01-04 18:03:43 2557

A형 엄마와 A형 아빠, AB형 자녀?


A형 엄마와 A형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떤 혈액형일까요? 유전학적으로 A형이나 O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이 아이'는 AB형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리 애가 우리 애가 아니라고? 출처: fotoria


한 가지 조건을 더 알려 드릴게요. 미국 워싱턴에 사는 이 부부는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이용해 체외 인공 수정으로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인공수정에 사용된 정자와 난자는 모두 이 부부의 것이었죠.


부모는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아내의 친자는 확인됐지만 남편의 유전자와 일치된 요소는 10%뿐이었습니다. 유전학적으로 따져보면 이 아이의 진짜 아버지는 '남편의 형제'일 확률이 높은데요. 문제는 이 남편에게 형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쌍둥이 소실 증후군(Vaninshing Twin Syndrome)


알고보니 이 남편은 원래 이란성 쌍둥이였습니다. 어머니 뱃속에 있는 동안 형제는 사라졌습니다. 쌍둥이 형제가 남편의 몸에 흡수됐다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남성의 정자 중 이 남성의 DNA는 90%였고 나머지 10%는 사망한 쌍둥이 형제의 DNA였다고 합니다. 사망한 쌍둥이 형제가 남성의 몸으로 흡수된 거죠. 바로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현상입니다.


귀여운 쌍둥이 애기들. 출처:pixabay



'Vanishing twin syndrome: is it associated with adverse perinatal outcome?' 논문을 참고하면 배니싱 트윈이란 쌍생아 가운데 하나가 모체에서 부분적으로나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입니다. 산부인과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임신 초기에 쌍둥이 임신 진단을 받은 후 10~15주 사이에 태아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소멸된다고 하는데요. 대체로 임신 초기에 배아 중 하나가 성장을 멈추고 자궁 벽으로 흡수된다고 설명합니다.


쌍둥이 소실 증후군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고 해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초음파기술이 발달해 임신 5주차부터 쌍둥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임신 5주 때에 쌍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5명 중 1명은 배니싱 트윈을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쌍생아 중 한 명이 사망하면 어디로?


보통 임신 초기 쌍생아 중 하나가 다양한 이유로 소실되면 모체에 흡수되거나 체외로 배출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간혹 다른 몸에 흡수돼 기형적인 몸을 이루거나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습니다.


2015년, 의학계에서는 독특한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던 인도 태생의 20대 여성 Yamini Karanam는 두통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고 뇌종양 수술을 받았습니다.


죽은 쌍둥이가 뇌에... 출처: Dailymail


그런데 수술에서 제거한 것은 뇌종양이 아니라 자라다 만 환자의 쌍둥이였습니다. 이 쌍둥이 배아는 머리카락, 치아, 뼈가 뭉쳐있는 상태였다고 해요.


지난 2011년 이란 남부의 케르만(Kerman)주의 샤히드 바하나르(Shahid Bahonar) 병원에서는 당시 22세 남성 뱃속에서 태아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평소 메스꺼움을 자주 느끼고 구토를 심하게 했던 남성은 집안 사정으로 병원을 늦게 찾았다고 합니다.


이 시신은 이 청년의 쌍둥이로 밝혀졌습니다. 청년 뱃속에 있던 태아는 피부와 손톱 뿐 아니라 치아까지 이미 형성된 상태였습니다. 


피부, 손톱도 다 있었대요. 출처: Mehr News Agency


공포영화의 모티브


만약 내 몸에 쌍둥이의 영혼과 육체가 자라고 있다면? 지난해 5월에는 '쌍둥이 소실 증후군'을 모티브로 한 영화 <배니싱 트윈>이 개봉했습니다. 교통사고 이후 자신은 뱃속에서 쌍둥이였고 다른 쌍둥이는 소실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소실된 쌍둥이는 자신에게 흡수됐다는 사실도 말이죠. 


무서워.. 출처:무브먼트픽처스


"어느 날, 죽은 동생이 깨어났다"는 문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코디 칼라한 감독은 의학계에 보고된 다양한 배니싱 트윈 증후군의 독특한 사례들을 조사해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합니다. 


게임도 있어요


탐욕(Covetous)이라는 플래시 게임인데요. 화살표만 이용하는 아주 간단한 게임입니다. 다른 형제·자매의 몸속에서 살다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세포를 잡아먹는 먹는 게임입니다. 슬프면서도 잔인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점이었다가 저렇게 아이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성공했다. 출처:youtube


성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쌍생아 중 한 명이 뱃속에서 사망하면 대부분 자궁 속에 흡수되거나 배출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다른 쌍둥이에게 흡수될 확률은 50만 분의 1 확률로 매우 낮습니다.  


박연수 에디터(flowers1774@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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