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잘하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을까?
사람들은 왜 '잘하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을까?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12.15 17:32
  • 조회수 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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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Strengths)의 심리학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 대세가 되기 이전, 어쩌면 사람들은 기계적인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행복해지든, 삶에서 의미를 찾든, 자아실현을 완성하든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이면 나 몰라라 하고 그러다 우울, 불안, 열등감, 공포 등 마음이 삐그덕거리는 사람들을 고치는 것에만 열심이었던 것이다. 시키는 것만 반복하며 살다가 힘들어하면, 쓱삭쓱싹 고쳐 다시 일터로 내보내고, 그러다 다시 힘들어지면 위로하고 쓱싹쓱싹 고쳐 놓고… 그렇게 차츰 사람들이 닳아가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 아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의 도래 이후, 첨단 IT 사회가 구축된 현재까지도 전 세계는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풍요에 눈이 휘둥그레진 나머지, 조금만 더 가져보자 하는 생각에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유례가 없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한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제 잠시, 숨을 고를 때가 되었다. 다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때마침 인간의 자아실현, 행복, 삶의 의미 찾기, 강점 기르기 등을 주장하며 등장한 긍정심리학은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먹고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부의 축적이 없이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인생의 길을 한 번 돌아본다면? 출처: pixabay

무엇보다 그런 고민을 하는 '나'라는 존재는 누구인가? 그 '나'라는 존재가 진정 원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사람들이 비로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무언가 놓치고 온 듯한 허전함. 지금껏 몰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없어진 것이 있었더라, 하는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도중, 사회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삶'에 사람들이 더더욱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두터워야 할 중산층은 무너진 지 오래다. 실제로 그가 중산층에 해당하느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나는 중산층이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제 별로 없다. 그렇게 세상살이가 팍팍하다. 원하는 곳으로의 취업이나 이직이 안 되면 아무 곳에라도 일단 가라고 한다. 그것도 안 된다면 그냥 거리 바깥으로 나와 장사라도 하라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불안하다. 안전그물 하나 걸리지 않은 허공에 위태롭게 매달린 듯한 기분이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을까. 어디에서 나는 보호받아야 하나.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 생각한다. 믿을 것은 나 자신뿐이라고. 사회가, 직장이 나를 보듬어줄 수 없다면 스스로 강해지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고 말이다. 시키는 대로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자기계발 시장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신 자신을 알라는 준엄한 외침과, 각종 유의어들로 포장했을 뿐 결국 노력하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잡다한 메시지들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힐링, 삶의 의미, 자아탐색, '워라밸', 진지한 여가, 행복한 삶 등 온갖 듣기 좋은 구호들이 넘실거렸다. 사람들은 믿을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었다. 더 이상 직장에만 나 자신을 내 맡기려는 시도는 불안하다.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더 배우고, 더 익혀서 혼자만의 업을 가져야 한다. 직장에서 내던져지더라도 스스로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생각들은 가뜩이나 불나던 자기계발 시장을 폭발시키는 '섶'이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어,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강점(Strengths): 내가 잘 하는 것. 혹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것.

 

긍정심리학자들은 사람들 저마다가 가진, 고유의 강점들을 찾아 길러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껏 장점보다는 단점에 주목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만 자기 계발을 꿈꿨지만 이제는 단점보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그것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는 지금껏 인간의 어두운 면에만 주목해왔던 심리학자들 스스로의 반성 인식이기도 했을 것이다. 인간의 안 좋은 면만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이제 다 같이 무미건조한 상태를 넘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자며 심리학자들이 내민 나름의 속죄였을 것이다. 

 

내 강점은 무엇일까? 출처: pixabay

한편 인간의 강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긍정심리학자들은 '강점의 종류'를 구분하는 일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과연 모든 인간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이라 말할 수 있는 강점의 가짓수는 얼마나 될까? 인간에게는 과연 몇 가지 강점이 있을 수 있을까? 과연 강점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등의 문제였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샐리그만(Seligman)과 그의 영향을 받은 여러 심리학자들은 강점 체계 구축을 위한 광범위한 문헌 & 실험 조사에 돌입했다. 전 세계의 주요 경전 및 고전/현대 문헌 약 수백여 편에 실려 있는, 인간의 강점에 관한 내용들을 종합/추출하는 일을 했다. 그 노력의 결과, 심리학자들은 6개의 상위 덕목과 24개의 하위 성격 강점으로 구성된 강점 체계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들이 찾아낸 상위 덕목과 하위 성격 강점들은 다음과 같다(Peterson & Seligman, 2009).

 

1. 지혜와 지식(wisdom and knowledge): 창의성, 호기심, 개방성, 학구열, 지혜

2. 용기(courage): 용감성, 끈기, 진실성, 활력

3. 인간애(humanity): 사랑, 친절성, 사회지능

4. 정의(justice): 시민의식, 공정성, 리더십

5. 절제(temperance): 용서, 겸손, 신중성, 자기조절

6. 초월성(transcendence): 심미안, 감사, 낙관성, 유머감각, 영성

 

한편 심리학자들은 사람들마다 1-5가지 정도의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s)이 있다고 말한다. 성격 강점들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강점들을 일컫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표 강점을 인식하고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기 실현(Self-actualization)을 위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강점을 찾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강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강점을 찾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는 잘난 것이 없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비관적 인식이다. 

 

강점 전문가들은 '강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사실을 먼저 굳게 믿으라고 조언한다. 강점은 스스로를 믿는 자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강점이 없다고 믿는 이에게 강점은 그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 보여주지 않는다. 스스로가 가진 강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강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 강점이 아직 숨어있을 뿐,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강점 찾기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우리들은 먼저 강점들의 목록을 보고 한 번 놀라야 한다. 여러분은 평소 인간의 재능, 강점 같은 것이 몇 가지나 존재한다고 생각해왔는가? 심리학자들이 찾아낸 24가지보다 더 적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일단 한 번 놀라자. 무려 24가지의 강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이토록 많은 것이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인즉, 이로부터 우리가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중요한 미덕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가치 없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학교에서 공부 못 한다고, 직장에서 일 못한다고, 사업 못한다고, 연애 못한다고, 운동 못한다고, 사교성 떨어진다고, 눈치 없다고 그 사람이 쓸모없는 사람인가? 그 사람이 과연 '무능'한 사람인가? 다시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부디 서로의 강점을 발견해 주자. 나의 강점을 찾고, 상대방의 강점을 찾자.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듯, 다른 사람 역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자. 누구에게나 고유한 강점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자.

 

** 본문에 인용된 문헌 출처
Peterson, C., &  Seligman, M. E. P. (2004). Character strengths and virtues: A handbook and classificat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and Washington, DC: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용회 심리학 강사(yonghheo@gmail.com)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 졸업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yonghheo/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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