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날 밤, '잠 못 드는' 이유 있다
By 이승아
2017-12-06 10:12:41 1830


찬바람이 불면서 기말고사도 점점 다가옵니다. 끝나지 않는 시험 공부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일이 하나쯤 있을 텐데요. 그 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 합니다. 겨울 여행을 생각하며 시험 기간 지친 마음을 달래는 거죠.


그런데 유난히 여행, 출장 등으로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쉽게 잠에 들지 못하거나 설치는 등 깊은 잠에 들기 어려워 피곤한 상태로 여행을 시작하죠. 유독 첫날밤에 더 심한데요. 


책 <과학의 위안 : 강석기의 과학카페>에 따르면 이런 현상을 표현하는 '첫날 밤 효과(First -Night Effect)'라는 단어도 있다고 소개합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비슷하다는 이야기겠죠? 미국 브라운 대학의 마사코 타카미 교수 연구진이 그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안녕? 주인아 너가 쉴 때도 난 쉬지 않고 있어! 출처:pixabay


연구 결과가 2016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Night Watch in One Brain Hemisphere during Sleep Associated with the First-Night-Effect in Human'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첫날 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뇌의 반쪽, 그 중에서도 좌반구 때문이라고 합니다. 좌반구가 활발해서라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사람의 뇌는 빈둥거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도 대뇌의 상당 부분이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기본 활동 상태인데요. 이 기본 상태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mode network)라고 부릅니다. 


책 <과학의 위안: 강석기의 과학카페>의 저자는 이 상태를 '예열'에 비유했습니다. 전원을 아예 꺼버리면 갑작스런 일에 대응할 수 없겠죠? 때문에 평소에 깨어있을 땐 디폴트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러다 잠에 들 때는 이 상태가 가라앉는 거죠. 


여행지에 도착한 첫 날, 피곤한데 잠이 잘 오지 않는 건 바로 좌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 '진화' 때문이다?!


여행 첫 날인데 잠이 안 와... 출처: 포토리아


왜 그런 걸까요? 연구진은 이를 '진화'로 설명합니다. 여행지는 우리에게 낯선 환경이죠. 이곳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생존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장소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깨어 있어야 하고, 깊게 잠들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거죠.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비해 뇌가 언제든 반응하도록 '예열' 상태를 끄지 않는 겁니다.


브라운 대학 연구진의 실험 이야기로 돌아와보죠.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뇌 중 특히 왼쪽에서 '첫날 밤 효과'를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재웠습니다. 잠든 피실험자의 한쪽 귀에 낯선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오른쪽 귀(좌뇌 담당)와 왼쪽 귀(우뇌 담당)를 비교해본 결과 오른쪽 귀, 좌뇌가 소리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고 합니다. 왼쪽 귀 (우뇌 담당)에 들려줬을 때 보다 더 빠르게 잠에서 깨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첫날 밤'에만 있었습니다. 다음 날 밤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좌뇌야 안녕? 출처:Wikimedia Commons


한 쪽만 깨어있는 이유


왜 한 쪽만 깨어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뇌의 절반만 쓰는 행동이 희귀한 일은 아닙니다. 조류, 해양 포유류 중 뇌의 절반씩 나눠 잠을 자는 경우가 있습니다. 돌고래가 그 중 하나입니다. 깊은 바다 한 가운데서 잠을 잘때 모든 뇌를 꺼두고 자버리면 익사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돌고래는 뇌의 절반만 잠에 들고, 다른 뇌는 깨어있다고 합니다. 한 쪽만 깨어있는 뇌의 비대칭성이 이상한 일이 아닌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궁금하실 겁니다. 굳이 왜 좌뇌가 깨어있는 걸까요? 우뇌도 있는데 말이죠. 연구진은 평소 좌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우뇌보다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 연결 상태가 더 강하기 때문에 잠자리가 바뀌어서 경계를 강화해야 할 때, 우뇌보다는 좌뇌가 깨어있다는 거죠. 


만약 잠자리가 매일 바뀐다면 좌뇌와 우뇌가 서로 교대 근무(?)를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은 해보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승아 에디터(singavhihi@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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