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도 저장장애?
설마 나도 저장장애?
  • 박연수
  • 승인 2017.11.03 14:49
  • 조회수 137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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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쓸 일이 있을 것

 

이건 비밀입니다만 제 방은 물건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사들이는 건 많고 버리는 물건은 없기 때문인데요. 새 청바지를 사고 붙어있던 상표 이른바 '택'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서랍 안에 들어있을거에요. 

 

옷 가게에서 받은 종이 봉투나 비닐봉투도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쟁여둡니다. 옷과 신발, 양말, 가방 등도 마찬가지 입니다. 잘 입지 않아도 버리지 않습니다. 언젠가 입을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그냥 갖고 있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습니다. 책과 자질구레한 메모들도 버리지 않았어요. 제 방엔 물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책 상 위에도, 바닥에도, 침대에도.. 제 방이 아니라 물건들의 방이죠.

 

이 분도 버리지 않고 보관! 하십니다. 출처: KBS 프로그램 갈무리

다른 분의 집으로 가볼까요.

 

현관문을 열었더니. 출처: EBS 프로그램 갈무리

이분 집의 구조라고 해요. 집 전체에 물건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집의 구조라고 합니다. 출처: EBS 프로그램 갈무리

다른 분의 댁으로 가볼게요 여기는 대문부터 골목까지 물건들이 장악하고 있었어요.

 

어서와. 출처: SBS 프로그램 갈무리
내부 모습입니다. 출처: SBS 프로그램 갈무리

'저장장애' '호더(Hoarder)'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이렇게 실제 쓸모나 가치와 무관하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증상을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라고 합니다. 이 장애를 겪는 사람을 '호더(Hoarder)'라고 부른대요. 

 

'나다!' 싶으신 분들, 혹은 '저 정도는 아니야' 하시는 분들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저장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려드릴게요.

 

불안, 우울, 강박 및 치료에 전념하는 국제비영리단체 ADAA(Anxiety And Depression Association of America)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 물건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신문이나 잡지, 종이, 비닐봉지, 상자, 사진, 음식, 옷, 생활용품 등)

2. 물건을 버릴 때 심각한 불안을 경험한다.

3. 같은 물건끼리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

4. 내가 가진 물건에 압도당하거나 매우 당황스럽다.

5. 남이 내 물건을 만지면 의심스럽다.

6. 갖고 있는 물건을 다 썼는데 다음에 필요할까봐 두렵다.

7. 물건이 실수로 버려졌을까봐 쓰레기를 확인한다.

8. 먹거나, 자거나, 요리할 공간이 없다.

9.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10.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

11. 건강상 문제가 있다.

 

아무래도 저는 '호더'인 듯합니다. 1번, 4번, 6번, 8번, 10번이 해당되거든요. 독자여러분은 해당되는 문항이 있나요? 

 

버리세요. 출처: 포토리아

이 외에도 국내 심리상담소의 자가테스트 문항도 있습니다. 여기서 8개 이상 해당된다면 저장장애일 수 있다고 합니다.

 

1. 나는 물건에 대해 집착이 있다.

2. 나는 물건에 애정을 쏟는다.

3. 나는 물건을 모으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4. 특정한 것을 수집하기보다 두서 없이 물건을 모은다.

5. 요즘 판단력이 매우 떨어짐을 느낀다.

6. 우울증이 있다.

7. 쓰레기까지도 모으려고 한다.

8. 물건을 모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알게된다.

9. 요즘 불안감이 매우 커졌다.

10.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원인은 다양해

 

ADAA와 서울아산병원의 자료를 참고하면 저장장애의 증상은 청소년기 혹은 초기 성인기부터 시작됩니다. 꾸준히 지속되는 경향이 크다고 하는데요. 혼자 살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어린 시절의 결핍, 가족들과 감정적인 교류가 적은 경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의존적, 회피적, 의심 많은 성격이나 가족력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언젠가 필요할 지 몰라', '고쳐서 쓰면 돼' 등 잘못된 인식을 교정하며 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고통을 줄여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저장장애를 앓는 사람의 변화와 연습 과정에서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장장애, 변모하고 있다

 

최근 뜨고 있는 데이터 호더. 출처: EBS 프로그램 갈무리

최근에는 데이터와 디지털 파일을 삭제하지 못하고 쌓아두는 '데이터 호더(Data Hoarder)'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보관리 기업 베리타스코리아가 발표한 '데이터 적체 현황 보고서'를 보면 사무직 근로자들의 69%는 데이터 정리 및 삭제를 시도하다가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컴퓨터 및 스마트폰에 사진이나 동영상이 많이 쌓여 있는데요.

 

이번 조사는 한국,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13개국 10,022명의 IT 의사결정권자와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400명이 참여했대요. 보고서의 주요 내용으로 가장 먼저 꼽힌 이슈는 디지털 데이터의 적체 습관은 전 세계 기업 전반에 보편화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무직 근로자들은 데이터가 장기적으로 쓸모가 있을지, 가치가 있을지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언젠가 데이터를 참조할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장한다고 답했죠.

 

다 버려주마. 출처: 포토리아

저는 '호더'이자, '데이터 호더'입니다. 이제 알았으니, 차근차근 버리는 연습, 지우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이웃 여러분들도 만약 이 '저장장애'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계신다면 우리 함께 이겨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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