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시체 증후군'을 아시나요
'걸어다니는 시체 증후군'을 아시나요
  • 이승아
  • 승인 2017.07.24 12:24
  • 조회수 127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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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제 피부 안에 아무런 장기도 없다는 걸 보여줄 수 있게 해주세요"

                             

프랑스의 신경학자이자 의사인 줄스 코타르(Jules Cotard)의 진료 기록입니다. 클라우디아해먼드의 책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를 보면 이 병은 1880년에 최초로 이 증상을 발견한 의사의 이름을 따 '코타르 증후군(Cotard Delusion)'이라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걸어다니는 시체라면 좀비인가요? 출처 : pixabay

인도의 과학 저널리스트 아날 아난타스와미는 그의 책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자아의 8가지 그림자>에서 이 병이 매우 희소한 정신질환이며 걸어다니는 시체 증후군으로 불린다고 설명합니다. 환자 자신이 죽었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부패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혹은 뇌나 심장과 같은 중요한 장기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죠. 

 

이 책에는 코타르 증후군을 겪는 환자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자궁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뇌가 죽었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만나보시죠.

 

"전 자궁이 없어요"

 

프랑스에 자신의 자궁이 없다고 생각하는 열다섯살 소녀가 있었습니다. 

 

자궁은 여성의 신체기관 중 하나입니다. 출처: 포토리아

그녀의 이름은 메이.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병원의 소아청소년정신과 과장 데이비드 코언(David Cohen)를 찾아온 실제 환자입니다. 코언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전 치아도, 자궁도 없어요. 이미 죽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관 속으로 들어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메이의 우울증과 관련한 가족력, 그리고 정숙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 등이 코타르 증후군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죠. 

 

메이는 전기 충격 요법을 비롯한 약물 치료를 6주 간 받은 후에 차차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 뇌는 죽었어"

 

"선생님, 자신이 죽었다고 말하는 환자가 여기 와 있어요. 이쪽으로 좀 와주세요" 2004년, 벨기에 리에주 대학병원으로 스티븐 로리스 의사를 찾는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생각해보니 그래요. 뇌가 죽은 것 같아요. 출처: maxpixel

환자의 이름은 그레이엄. 그는 부인과 헤어지고 물이 담긴 욕조에 전기히터를 놓고 감전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살았죠. 

 

그레이엄을 처음 만난 영국 엑서터대학교의 신경학자 애덤 지먼은 그가 활기 없이 맥이 빠져있고 이따금 짓는 미소를 제외하면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극도로 절망하는 사람, 무언가를 생각하는 걸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의 모습이 상상되시나요? 

 

안녕~ 빠잉~ 떠날게 ~  출처: pixabay/이웃집과학자 재가공

그는 “내 뇌는 죽었습니다. 정신은 살아 있어요. 하지만 뇌는 죽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뇌가 죽었으며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진술했다고 합니다. 

 

"그는 마치 죽었지만 완전히 죽지 않았거나(un-dead) 반쯤 죽은 사람이에요" 

 

지먼에 의하면 그레이엄은 많은 시간을 묘지에서 보냈으며 묘지에 있을 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된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먼은 환자에게 신경학적으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고 로리스 의사를 부른거죠.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전두엽과 두정엽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왜 코타르 증후군 발생했을까?

 

로리스 의사를 만난 그레이엄은  자신의 뇌가 죽었다는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그레이엄의 정밀검사 결과 MRI에서는 구조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 특징을 보였습니다. 삼성병원 핵의학과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하면 이 촬영방법(PET)으로 몸속의 생화학 변화를 영상화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을 자각하는 전두엽(frontal lobe)과 두정엽(parietal lobe)의 신경망 활동이 매우 미미하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식물인간인 환자와 거의 비슷하게 매우 고요하며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존재하지만 뇌가 없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가는 듯합니다. 

 

논리왕 데카르트에게 반격할 수 있는 사례? 출처: Wikimedia Commons

코타르 증후군의 원인을 그레이엄의 사례만으로 설명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규범과 경험, 신경학적 원인들이 얽혀 있어 보입니다. 코타르 증후군은 카그라스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뇌의 신체를 인식하는 영역과 감정을 연결하는 영역 사이의 연결이 끊어져서 발병한다는 겁니다. 

 

17세기 프랑스 철학가 데카르트는 그의 저서 <방법서설>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환자들에게만큼은 이 명제가 적용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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