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5시간도 못 자면 '인지기능' 떨어져
하루 4~5시간도 못 자면 '인지기능' 떨어져
  • 이승아
  • 승인 2017.07.17 10:08
  • 조회수 7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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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전자 김 씨는 하루 평균 17 시간을 운전했습니다.  Ridham Nagralawala/Unsplash

최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버스 사고는 끔찍했습니다. 졸음 운전하던 고속버스가 앞 차량을 추돌해 2명이 숨지고 10명 이상 다쳤는데요. 목숨을 잃은 두 사람은 손주 출산을 3개월 앞두고 있었던 사연이 전해져 더 큰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버스 운전자 김 씨는 하루 평균 17시간을 운전하고, 1시간 43분을 휴식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사고 전날에는 18시간 가량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대체 잠은 얼마나, 아니 생활 자체가 되고 있었을까요?

 

24시간에서 평균 근무량 17시간을 빼면 7시간. 근무가 끝났다고 바로 잠들 수 있는게 아니라 집에도 가야 하고, 밥도 먹고, 씻기도 해야겠죠.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 모든 걸 하는데 2시간은 족히 걸릴 겁니다. 그럼 5시간 정도가 겨우 남네요. 실제로 김 씨는 사고 당일 5시간 가량 자고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장기 수면 부족 시 '인지기능' 저하

 

장기간의 수면 부족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설령 졸고 있지 않더라도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은 이미 '인지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으아 너무 졸려요. 출처: Pixabay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그레고리 벨렌키(Gregory Belenky) 교수 연구진의 2003년 연구에서 장기간의 수면 부족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연구는 2003년에 'Patterns of performance degradation and restoration during sleep restriction and subsequent recovery: a sleep dose-response study'라는 이름으로 <Journal of sleep research>에 실렸습니다. 

 

트럭 운전사들을 4개 집단으로 나눠 각각 3시간, 5시간, 7시간, 9시간을 자도록 했습니다. 각 집단은 대략 16명에서 18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들이 인지기능 테스트에 사용한 검사는 PVT(Psychomotor Vigilance Task)입니다. 

 

나사 우주비행사들도 셀프로  PVT하곤합니다. 출처: NASA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김명규 교수의 논문 <주간 과다졸음의 진단과 평가>에 따르면 PVT 테스트는 디지털 계수기에 나타나는 불빛에 반응해 버튼을 누르는 검사인데요. 화면을 보고 있다가 불빛이 나타나면 사람이 이를 '인지'하고 버튼을 누릅니다. 이 행동에 걸린 시간을 측정합니다. 반응 속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한데요. 

 

대개 10분 동안 100여회 이상의 불빛 자극이 주어지고, 자극과 자극 사이의 간격은 1.5초에서 7초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합니다.

 

3시간, 5시간, 7시간, 9시간으로 나뉜 네 그룹은 우선 3일 동안 적응 기간을 가졌습니다. 적응 기간에는 모든 그룹이 8시간씩 자며 반응속도를 테스트했습니다. 이후 7일의 실험기간에 각자 제한된 시간 동안만 잤습니다.

 

적게 자니 '반응 느려'

 

처음 회색 막대 3개는 8시간 잠을 잤던 적응기간입니다. 이후 검은 막대 7개가 실험한 날을 의미하고, 이어지는 회색은 다시 8시간을 자며 회복한 기간입니다. 출처: Journal of  Sleep Research 2003:12:1-12

8시간씩 잘 때의 반응 속도와 수면 시간이 제한적일 때를 비교했습니다. 과연 장기간은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 졸음뿐만 아니라 사람의 인지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위에 있을 수록 반응 속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출처: Journal of Sleep Research 2003:12:1-12

실험 결과 8시간보다 적게 잔 3그룹에서 전반적으로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 그래프에 분명히 나오죠. 

 

다시 많이 자더라도 '채워지지 않아'

 

특히 3시간과 5시간을 잤던 그룹은 반응 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 두 그룹은 낮잠이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낮잠을 잤는데도 불빛에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즉, 실제 수면시간이 미치는 영향은 낮잠으로도 상쇄할 수 없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다시 잠을 많이 잔다고 해서 반응 속도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일주일 간의 실험이 끝나고 다시 3일 동안 8시간 씩자며 회복기간을 가졌지만 처음의 속도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매일 조금씩 자다가 쉬는 날 하루 몰아자면 원상태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반응 속도'에 있어서만큼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결과입니다.

 

매일 조금씩 잔다고 몸이 적응할까?

 

또한, 조금씩 자더라도 매일 규칙적으로 자면 몸이 적응한다는 말도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펜실베니아 의대 한스(Hans P.A. Van Dongen) 박사의 논문<The Cumulative Cost of Additional Wakefulness>에서 그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14일 간 매일 4시간씩 잔 그룹은 이틀(48시간)동안 전혀 잠을 자지 않은 그룹과 동일하게 인지기능이 저하됐다고 합니다.

 

적정한 수면시간은 꼭 보장돼야햡니다. 출처: flickr

연구 결과에 비춰보면 하루 5시간만 자고 운전을 할 경우 당장 졸지 않는다고 해도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닌 듯 합니다. 장기간의 수면부족은 이미 반응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매일 조금씩 자다가 한꺼번에 몰아잔다고 빠르게 회복하는 것도 아니며, 이틀을 밤샌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수면시간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여객법은 고속버스가 1일 운행 종료 한 후에는 연속 휴식시간 8시간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 경부고속도로 버스 사고.. 이런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졌다면 어땠을까요. 실험을 보니 다시 곱씹게 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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