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저는 아니에요
거짓말탐지기를 단 채 에단(톰 크루즈)이랑 안 친하다고 말하는 벤지(사이먼 페그). 영화 <미션임파서블5 : 로그네이션>에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 중 하나입니다. 벤지는 다행히 피해갔습니다.
거짓말탐지기는 검사 받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길 때 무의식적으로 변하는 심박수, 땀, 호흡 등을 읽어냅니다.
그런데 엉뚱한 상상 하나. 우황청심원을 먹으면 거짓말탐지기 '거짓말' 결과를 피할 수 있을까요?
우황청심원은 가슴이 긴장되고 두근거리거나 답답할 때 먹는 약인데요. 경희대 고창남 교수의 <우황청심환 복용 후 뇌혈관반응도와 심박변이 변화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자극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안정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유영규의 책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에 따르면 실제 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 긴장감을 완화하려고 우황청심원을 먹고 오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실제 우황청심원을 먹으면 거짓말탐지기의 거짓말 결과를 피해갈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한국법과학회지에 2002년 <우황청심원복용이 거짓말탐지 검사의 생리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먹어도 될까?
실험과제는 발찌, 귀걸이, 넥타이핀 등 물건 중 하나를 훔치고 안 훔쳤다고 잡아떼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거짓말이 탄로나면 실험참가 사례금을 반으로 깎겠다고 일러두기까지 했죠. 잘 속이면 사례금을 더 주기로 했습니다. 대학생, 고등학생, 일반인 30명이 우황청심원 현탁액을 마셨습니다. 복용 직전과 복용 후 1시간, 2시간, 4시간을 두고 총 4번 실험했는데요.
실험 결과 우황청심원을 먹으니 복용한 후에 심장박동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효과는 마시고 2시간일 때 가장 높았습니다. 복용 전에 30초당 41번 정도 뛰던 심장이 복용 후 2시간이 지나자 36번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피부 전기 반응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호흡이나 혈압 등에서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변화는 감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숨기는데 실패한 거죠.
그래서 우황청심원을 먹고 거짓말탐지검사를 받아도 편법이나, 위법이 아니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