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다 낫네 '의무병 개미'
사람 보다 낫네 '의무병 개미'
  • 박연수
  • 승인 2017.04.13 15:58
  • 조회수 6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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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를 버리지 않는 의리의 개미?  Credit: Erik Frank
전우를 버리지 않는 의리의 개미? Credit: Erik Frank

 

개미 전쟁

 

남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Megaponera analis’라는 학명을 가진 개미의 좌우명은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마라”인 것 같습니다. 이 개미들은 매일 흰개미 둥지를 급습합니다. 하지만 흰개미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죠. 개미들은 중세시대 전쟁을 벌이듯 몸싸움을 합니다. 다리나 더듬이가 잘리는 등 부상을 입기도 하죠.

 

의무병?

 

한 연구진이 이 개미의 전투를 조사하던 중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메이저 개미’로 불리는 커다란 개미들이 부상당한 개미를 데리고 자신의 기지로 돌아가는 모습을 포착한 겁니다. 마치 전쟁 중 의무병이 부상당한 군인을 데리고 기지로 복귀하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연구진은 부상당한 개미의 몸을 페인트로 표시해 변화를 살폈습니다. 부상당한 개미의 90% 이상이 회복됐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복한 몸을 이끌고 다음 전투에도 참가했다고 하는군요. 부상당한 개미도 ‘소중한 병력’이라고 생각한 것만 같아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비밀은 화학물질, 페로몬

 

연구진은 부상당한 개미의 턱에서 나오는 화학 분비물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심지어 부상 당하지 않은 건강한 개미들에 이 분비물이 묻으면 메이저 개미가 나타나 기지로 데려간다고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페로몬'이 분비되는 거죠.

 

화학용어사전을 보면 페로몬이란 '동물이 몸 밖으로 방출하여 같은 종의 다른 개체에 행동적 혹은 생리적인 특정한 반응을 야기시키는 물질'입니다. 꿀벌의 집합 페로몬, 개미의 길 안내 페로몬 등이 있죠.

 

구조되지 못하면?

 

만약 다친 개미를 구조할 동료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상 당해서 이동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전투를 마치고 돌아가는 개미들에 뒤쳐집니다. 그렇게 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33% 정도 상승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탈진해서 죽을 수도 있죠. 부상자를 운반하는 구조행위는 이렇게 개미 군집이 더 많은 개체 수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DOI : 10.1126 / science.aal1037

 

정기흥 기자(jeonggh13@scientist.town)

박연수 수습 에디터(flowers1774@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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