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를 모아라! 집단지성이 내 손에
두뇌를 모아라! 집단지성이 내 손에
  • 현규환
  • 승인 2016.07.30 23:30
  • 조회수 12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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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과 단결은 개미로부터 

자연에도 인간처럼 사회성이 있고 서로 고도로 협력하는 생물이 있습니다. 개미입니다. 개미는 협동과 단결, 근면성실함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왔습니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도 개미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개미 군락은 일반적으로 수천에서 수만 마리의 개미로 구성됩니다. 다양한 계급으로 나뉘어 있죠. 각자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함으로써 그 군락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입니다. 

아래 사진은 개미가 서로의 몸을 연결해 인위적으로 두 장소를 잇는 '살아있는 다리'를 만든 모습입니다. 이는 단일 개미 개체의 지능으로는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는 규모의 협업이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단일 개체를 넘어서는 협동 집단에 초개체(superorganism)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또한 하버드 곤충학자 윌리엄 휠러(Wheeler Willam)교수는 1910년 발간된 그의 저서 <개미:그들의 구조, 발달, 행동>에서 개미와 같은 초개체에서는 단일 지성을 넘어서는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자연적으로 생겨나며, 개미의 협동 양상은 이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개미의 집단 지성이 만드는 살아있는 다리(Living bridge) 출처: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3331188/How-ants-create-living-bridges-bodies-Time-lapse-shows-insects-transforming-huge-mass-span-gaps.html
개미의 집단 지성이 만드는 살아있는 다리(Living bridge) 출처: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3331188/How-ants-create-living-bridges-bodies-Time-lapse-shows-insects-transforming-huge-mass-span-gaps.html

과학의 난제를 풀기 위한 인류 집단지성 프로젝트 

과학자들은 개미의 사회적 행동과 집단 지성 능력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이를 과학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응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몇 가지 성공사례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폴딧(FOLDIT)입니다. 

폴딧은 워싱턴 대학교의 게임 과학 센터와 UW 생화학 센터가 공동 개발한 단백질 조립 게임입니다. 이용자들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여러 모양으로 조립합니다. 3차원으로 말이죠. 실제 단백질구조와 비슷할수록 높은 점수를 얻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경우의 수가 너무도 많은 단백질의 3차원구조를 ‘집단지성’을 이용해 풀어내려고 기획한 ‘집단지성 게임’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게임을 이용해 지금껏 풀지 못했던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려 했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2011년 이 게임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구성을 밝혀냈습니다. 슈퍼컴퓨터가 15년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이용자들은 단 3주만에 해낸 겁니다.

 

폴딧 게임의 인터페이스. 플레이어들은 단백질 구조를 이리 저리 바꿀 수 있다 출처: 폴딧 공식 홈페이지
폴딧 게임의 인터페이스. 플레이어들은 단백질 구조를 이리 저리 바꿀 수 있다 출처: 폴딧 공식 홈페이지

기업들도 주목한 ‘집단지성’ 

과학계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집단지성에 주목했습니다. ‘참여, 공유, 개방’을 표방하며 등장한 웹2.0 이후의 인터넷 환경은 의사소통과 협업이 중점이 되는 집단지성을 실현하기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기업들은 고서 복원, 교육, 번역 등의 영역에 집단지성을 적용했습니다. 

미국의 IT기업 구글(Google)은 고서(古書)를 디지털화 하는 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단지 고서를 스캔해서 이미지를 저장하는 걸 넘어서 텍스트화 하길 원했기 때문이죠.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필사본이나 오래된 문자는 인간의 눈으로 판독해야 하는데 여기서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 겁니다. 

그러던 중 2009년 구글은 벤처 보안업체인 리캡차(reCAPTCHA)를 인수합니다. 이 기업은 무분별한 포털사이트 가입 방지를 위한 보안문자 입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였죠. 사용자들은 포털사이트 가입을 위해 이 프로그램이 제시한 보안문자를 직접 입력해야 합니다. 구글은 이 프로그램을 고서 복원에 적용하고자 했습니다.

 

리캡차 화면. 두 글자를 모두 입력해야만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다  출처: http://www.cyclifier.org/project/recaptcha/
리캡차 화면. 두 글자를 모두 입력해야만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다 출처: http://www.cyclifier.org/project/recaptcha/

방법은 간단합니다. 보안문자로 컴퓨터가 인식하기 어려웠던 문자를 제시하고 사용자들이 직접 입력하게 하는 겁니다. 이는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인 루이스 폰 안 박사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박사에 따르면 개인이 이를 입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리캡차를 통해 입력한 단어는 하루에 약 1억개에 달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1년에 고서 250만권을 복원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내 손 안의 집단지성, 듀오링고(Duolingo)와 플리토(Flitto) 

듀오링고(Duolingo)는 언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현재 59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지원합니다. 귀여운 부엉이가 나와서 표현을 가르쳐주고, 외국어 문장을 번역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 줍니다. 하지만 이 듀오링고 프로젝트는 reCAPTCHA 프로젝트로 유명한 루이스 폰 안 박사가 개발했습니다. 느낌이 오시나요? 즉 듀오링고는 단순한 언어 교육 어플리케이션만이 아닙니다.

 

듀오링고의 학습 화면  출처: http://www.imore.com/learn-new-language-duolingo-your-iphone-or-ipad
듀오링고의 학습 화면 출처: http://www.imore.com/learn-new-language-duolingo-your-iphone-or-ipad

듀오링고는 외국어 문장을 제시해주고, 학생으로 하여금 이를 번역하도록 하는데, 어떤 문장은 미리 듀오링고측에서 만들어 놓은 문장이 아니라 인터넷 상 웹 페이지에 존재하는 실제 문장들입니다. 즉 듀오링고의 학생들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외국어 문장을 자신의 모국으로 자연스럽게 번역함으로써 듀오링고에게 번역의 '뉘앙스'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특징입니다 

듀오링고는 이렇게 모인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웹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언어의 웹 페이지를 번역하는 데에 쓰입니다. 이는 다시 듀오링고의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에 피드백되어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사용됩니다. 

듀오링고는 2013년 아이폰 앱스토어 교육 부문 올해의 앱 상을 받은 데 이어, 2013년과 2014년 교육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최다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사용자는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플리토 실행 화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flitto.app&hl=ko
플리토 실행 화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flitto.app&hl=ko

2012년 설립된 플리토(Flitto)는 실시간 번역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플리토 이용자는 번역 사용자와 번역가로 활동할 수 있는데, 언제든지 역할을 바꿀 수 있습니다. 

번역 사용자는 포인트를 지불하여 플리토에 원하는 글귀, 사진, 책, 문장, 심지어 음성 등을 자유롭게 올립니다. 번역가는 이를 번역해 포인트를 얻습니다. 일반적인 번역기 프로그램과 달리, 실제 인간이 번역하기 때문에 느낌이나 뉘앙스 등을 잘 살릴 수 있으며, 구어체나 속담, 인터넷 속어까지 자연스럽게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플리토가 지원하는 또 다른 서비스는 SNS 번역입니다. 해외 유명인들의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내용을 번역하여 제공하여 10대, 20대 연령층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16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5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사용 중이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로봇에게도 집단 지성이? 

집단 지성 개념은 비단 생물체뿐만이 아닙니다. 로봇에게도 집단 지성 개념을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Science>에 게재된 ‘Kilobot’이라는 집단 지성 로봇이 있습니다. 흰개미의 집단행동에서 영감을 얻은 이 로봇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별 로봇이 하나의 군체를 이루어 행동합니다.

 

Kilobot 개별 개체의 모습(위)과 kilobot의 이동 양상(아래) 출처: http://substance-en.etsmtl.ca/kilobots-robots-collective-intelligence/
Kilobot 개별 개체의 모습(위)과 kilobot의 이동 양상(아래) 출처: http://substance-en.etsmtl.ca/kilobots-robots-collective-intelligence/

발표된 바에 따르면, Kilobot은 서로 상호 작용해 다양한 행동양식을 지닙니다. 마치 이는 개미나 벌의 단체 행동과 유사합니다. 군체가 전체적으로 특정 모양을 가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자기조립(Self-assembly)을 통하여 목표를 향하여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 kilobot 하나하나를 조종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 kilobot이 각각 판단하고 상호 작용하여 목표로 나아간다는 것이 바로 집단 지성을 나타냅니다.

 

집단 지성, 앞으로는… 

사람의 창조력이 무한하듯이, 집단 지성이 응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는 비단 학계에서만 응용될 분야는 아닙니다. 2014년 미국의 민간업체 디지털글로브는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찾는 사이트를 오픈하여 위성사진을 제공하여 60만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수천km의 지역을 검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미세먼지, 여성 안전 등의 도시 문제를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브레인스토밍하여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집단 지성을 이용한 다양한 접근과 시도를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기자단 현규환(kinggury1@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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