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실험실] 벚꽃이 ‘엔딩’하는 속도
[이웃집실험실] 벚꽃이 ‘엔딩’하는 속도
  • 김영돈
  • 승인 2016.04.15 23:30
  • 조회수 6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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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cm 포스터, 출처 Daum 영화
초속 5cm 포스터, 출처 Daum 영화

 

벚꽃은 활짝 피어있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떨어지는 모습이 압권입니다. 지난 2월 CGV는 2007년에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초속 5cm>를 재상영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신카이 마코토는 ‘만화계의 램브란트’라고 불릴만큼 빛과 섬세한 배경묘사를 자랑하는 감독입니다.

 

<초속 5cm>는 산카이 마코토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2007년 6월에 일본에서는 2007년 7월에 DVD로 출시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들어보셨을 이 작품에서는 벚꽃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초속 5cm'의 대사, 출처 Daum 영화
'초속 5cm'의 대사, 출처 Daum 영화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영화관을 찾습니다. 영화는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초속 5cm’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진짜인지는 알 겨를이 없습니다.

 

측정해본 사람이 있었다

 

이 속도를 직접 측정해보려는 시도가 2013년에 있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SciLife-LifeLog>에 실려있는 실험입니다.

 

벚꽃 낙하 속도 실험, 출처 SciLife-LifeLog
벚꽃 낙하 속도 실험, 출처 SciLife-LifeLog

 

이 실험은 80.5cm 위에서 낙하하기 시작한 벚꽃이 297mm의 A4용지를 통과하는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바람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실내에서 진행되었으며, 13회차 실험 영상을 ‘Kinovea(비디오 플레이어, 0.01초 단위로 재생이 가능)’와 엑셀을 이용하여 분석했다고 합니다.

 

벚꽃 낙하 속도 실험, 출처 SciLife-LifeLog
벚꽃 낙하 속도 실험, 출처 SciLife-LifeLog
벚꽃 낙하 속도 실험, 출처 SciLife-LifeLog
벚꽃 낙하 속도 실험, 출처 SciLife-LifeLog

 

실험 결과로 얻은 13개 속도 값의 평균은 1.64104355789138m/s였습니다. 

 

실험은 낙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수직 방향의 속력만 계산하였고, 측정 과정에서 여러가지 변인을 통제하지 않았다고 밝힙니다. 초속 164cm에 근접하는 측정 값을 얻었지만 ?실제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와 차이가 있을 수 있죠.

 

블로그는 장비를 개선하고 실험 방법을 보완한 실험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현재 ?추가적인 포스팅은 없는 상태죠. 관련된 내용을 의논하고자 했지만 안타깝게도 블로그의 계정은 휴면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했습니다

 

<이웃집과학자>는 직접 벚꽃의 낙하 속도를 측정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 일시는 4월 14일 목요일 오후 2시였습니다. 창문을 닫은 사무실에서 진행했으니 장소는 당연히 실내였습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가로수로 쓰이는 벚나무의 가지 높이는 최소 2.5m 이상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낙하 지점은 2.5m에 근접한 2.2m로 설정했습니다. 사실 사무실 천장 높이가 저겁니다(...).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면 속력이 나온다는 간단한 공식을 적용하기 위해, 낙하 지점에서 바닥까지 떨어지는 시간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 2.2m를 낙하하는 동안 벚꽃이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낙하를 시작한 순간부터 벚꽃은 중력가속도의 영향을 받아 점점 빨라질 테지만, 공기 저항 때문에 마냥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하 실험을 위한 표, 블로그의 실험을 참고했다, 각 칸의 크기는 1cm
낙하 실험을 위한 표, 블로그의 실험을 참고했다, 각 칸의 크기는 1cm

 

벽면에 1cm 간격으로 검은색과 흰색 막대가 프린트 된 종이를 부착했습니다. 벚꽃 잎이 2.2m의 높이로부터 아래로 56cm 구간, 1m 에서 아래로 56cm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을 구했습니다. 이 시간을 구하면 벚꽃이 낙하하는 동안의 초속(시작 속도)과 종속(끝 속도)에 해당하는 속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유의미했습니다

 

총 10회 시행 결과 벚꽃의 평균 낙하 시간은 1.529초로 나타났습니다. 220cm를 1.529초로 나누면 약 140.76이 나옵니다. 고로 벚꽃의 낙하 속도는 약 초속 140cm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실험에서 나왔던 164cm/s와는 차이가 있지만 오차를 감안하면 비슷한 속도가 나왔다고 할 수 있겠죠.

 

각각 5회 시행한 구간 평균 속도?실험에서도 차이가 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벚꽃은 평균적으로 초속 구간에서 약 123.34cm/s로, 종속 구간에서 약 451.61cm/s의 속도로 낙하했습니다. 이 또한 각각(2.2m / 1m) 높이에서 56cm의 동일한 거리를 통과하는 시간으로 나눈 결과입니다. 초속 구간을 통과하는 속도는 평균 0.454초였고 종속 구간을 통과하는 속도는 평균 0.124초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실험은 여러가지 변인을 완벽히 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결과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특히 두번째 실험에서 종속 구간의 낙하 속도는 정교한 보강 실험이 필요해 보입니다.?측정 값을 토대로 결론을 냈지만 정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지 아직 의문이 남는 부분입니다. 

 

완벽한 실험은 아니지만 이전 실험에 비해 몇 가지를 추가한 실험 결과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봄 사랑 벚꽃 말고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cm보다는 빨랐습니다. 초속 140cm가 넘을 수도 있는 결과가 나왔으니 꽤 차이가 나는 셈이죠. 영화는 왜 사실이 아닌 ‘초속 5cm’를 제목으로 한 걸까요. 

 

<초속 5cm>는 ‘시간’과 ‘심리’가 중요한 작품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한겨레의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실제로 초속 몇 센티미터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시계로 재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벚꽃이 땅으로 내려앉는 속도가 수치화 되는 순간, 우리는 가벼운 전율 같은 걸 느끼게 된다. 과연 그럴까 하고 의심할 틈도 주지 않고 ‘초속 5센티미터’라는 말이 우리 머릿속을 지배한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초속 5cm라는 속도가 과학적 사실이 아닐지라도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벚꽃은 초속 5cm로 떨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느리지만 빠른 찰나의 속도로 말이죠. 

 

앞으로도 이웃집 실험실은 계속됩니다. 정말 신기하고 유익한 실험이나 쓸데없지만 해보고 싶었던 과학 실험을 직접 해보겠습니다. 실험을 보충할 수 있는 정보나 오류는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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