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AD, 뜯어볼까?
By 김영돈
2016-03-02 23:25:13 1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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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야 보인다 ‘너도 그렇다’


아버지는 자동차를 수리하는 취미가 있었고, 아들은 기계에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소년을 차고로 데려가 물건을 분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죠. 분해한 물건을 다시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소년은 전자 장치의 작동 원리를 금방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일화입니다.


굳이 위대한 발명가만 어릴 때 기계를 뜯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릴 때 무전기나 텔레비전이 궁금해서 분해 했다가 작동하지 않아 부모님께 혼났다는 류의 에피소드 말입니다.


저도 어린 시절 라디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드라이버를 들고 분해해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전자 장치의 원리를 알고 싶다’ 같은 명분은 없었습니다. 그저 궁금했을 뿐이죠. 비록 잡스처럼 원래대로 돌려놓지는 못했지만, 라디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THAAD(이하 사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드 배치의 둘러싼 논쟁은 양측이 갑론을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어떠한 원리를 가진 방어 체계이기에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 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패트리엇이나 국산 방어 체계 대신 사드가 배치되어야 하는 이유도 알고 싶었습니다. 그 전에 사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세히 뜯어보아야겠습니다.


미사일 잡는 미사일, 사드를 분해하다.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입니다. 미사일은 발사 이후 상승 단계(boost phase), 중간 단계(mid-course phase), 종말 단계(terminal phase) 총 3단계에 거쳐 목표로 날아갑니다. 각각의 단계는 미사일의 비행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요격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사드는 이 중에서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하는 종말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intercepts)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정확하게는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체계라고 합니다.


<고도 별 미사일 요격 체계, 미 유도탄 방어국 제공>


사드에 적용되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인데 적의 미사일을 감지해내는 레이더 기술과 미사일을 격추하는 요격 미사일 기술입니다. 레이더 기술은 적의 미사일 발사 감지 단계부터 추적 단계까지 사드의 눈 역할을 합니다. 요격 미사일은 추진체, 자세 제어 장치, 탐색기 기술로 세분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적의 미사일을 파괴하는 단계입니다.


사드의 눈 X - 밴드 레이더 기술


먼저 레이더 기술입니다.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한 유도탄 탑재 차량 외에도 사격통제 레이더 차량과 함께 작동합니다. TPY-2 레이더라는 이름을 가진 레이더 차량은 X-밴드 주파수를 사용하여 탐지거리 2,000km에서 까지 발사되는 미사일을 탐지하고, 표적 정보를 전송합니다. 이후 사격관제시스템에서 적 미사일의 비행궤적을 계산, 요격 유도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사드 시스템에는 요격 미사일 만큼이나 X-밴드 레이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X-밴드는 주파수 대역의 한 종류입니다. W-밴드, K-밴드, C-밴드, S-밴드, L-밴드 등의 다른 대역도 존재하죠. 짧은 파장을 가진 X-밴드 주파수는 목표물 식별과 변별을 위해 고해상도 이미지의 레이더를 만들어 내는데 적합합니다.


미사일 잡으려면 하늘로! ‘추진체 기술’


사드의 핵심 기술은 요격 미사일입니다. 사드의 요격 미사일은 고도 150km에서 초속 2.5km의 속도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고, 40∼150km 고도에서 반경 200km 범위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요격 시스템인 패트리엇이 저고도에서 적 비행체를 요격하는 기술이었다면, 사드는 패트리엇의 화망보다 더 높은 상공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합니다. 사드는 고성능의 추진체가 필요합니다. 낙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죠.


<사드의 구조와 제원, 미 유도탄 방어국 제공>


사드의 전체 길이는 약 6.17m 입니다. 5.31m인 패트리엇 미사일보다는 긴 길이를 가졌지만 절반 이상의 길이는 추진체, 즉 로켓입니다. 이 로켓은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탄두를 요격 고도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목할 점은 이 로켓이 ‘고체 연료 로켓’이란 점입니다.


전북대학교 산업기술원의 ‘로켓의 특성과 설계’에 관한 자료를 보면 로켓은 연료의 종류에 따라 고체추진제 로켓모터 (SRM; Solid-propellant Rocket Motor)와 액체추진제 로켓엔진(LRE; Liquid-propellant Rocket Engine), 그리고 고체추진제와 액체추진제 시스템을 합하여 구성된 혼합형(hybrid)로켓으로 세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북대학교 산업 기술원, ‘로켓의 특성과 설계’>


사드는 고체를 좋아해


사드의 경우 고체 추진제 로켓 모터를 사용합니다. 로켓 내부에 연료의 저장이 어려워 발사할 때 액체를 주입하는 시간이 따로 필요한 액체 연료 방식에 비해, 고체 연료 방식은 비교적 연료의 저장이 간편하고 버튼만 누르면 발사 할 수 있는 시간적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분 일초를 다투는 미사일 요격 상황에서 고체 추진제 로켓 모터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것입니다.


추진체가 작동하는 동안 요격 미사일은 지상의 제어 장치와 지속적으로 교신하며 요격 지점을 향해 날아갑니다. 탄두를 요격 궤도까지 올려준 추진체는 실제 미사일을 격추하는 탄두와 분리되며 제 역할을 다합니다.


똑똑한 탄두 1 : 자세 제어 장치


요격 궤도 부근에 다다른 사드는 본격적으로 적의 미사일을 향한 비행을 시작합니다. 미사일은 목표와 궤적이 정해져 있습니다. 특정한 목표물을 향하는 과정을 ‘유도’라고 하고 그러한 미사일을 ‘유도탄’이라고 하죠. 사드의 표적은 미사일입니다. 유도탄을 노리는 유도탄이라고 할 수 있죠. 사드에는 적의 미사일을 식별할 수 있는 탐색기와,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자세 제어 장치가 있어 보다 세밀한 유도가 가능합니다.


<사드의 궤도수정 및 자세 제어 장치(DACS), 록히드 마틴 에어로 제트 사 제공>


사드는 운용 고도는 최소 40km 이상입니다. 그 이유는 후술 할 적외선 탐색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드는 궤도 수정이나 자세 제어에 공기의 힘을 이용하는 보조날개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에 사드는 DACS(Divert and Attitude Control System)라고 불리는 궤도 수정 및 자세 제어 장치를 장착합니다.


우주비행체와 유사하게 옆으로 분사되는 로켓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 에어로 제트에 따르면 사드의 DACS는 무게중심 부근에 궤도자체를 바꾸기 위한 4개의 큰 노즐이 옆으로 붙어 있으며, 직격 비행체의 꼬리 부분에 자세수정을 위한 6개의 작은 노즐이 옆으로 붙어 있다고 합니다.


이 장치들은 추진력을 조절하거나, 차단하여 직격 비행체의 궤도 및 자세를 수정합니다. 이 장치에 쓰이는 동력은 액체연료입니다. 액체 로켓 방식의 장점인 액체 상태인 연료를 밸브를 통해 조절하여 추력을 크게 하거나, 줄이거나, 혹은 중단 했다가 재 점화 하는 것 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똑똑한 탄두 2 : 적외선 감지


<유튜브 사드 시험 비행 영상, 미 유도탄 방어국 MDA 제공>


사드의 탐색기는 미사일 발사 직후에는 앞 부분이 보호 덮개로 보호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행 중 받는 열기가 탐색기를 뜨겁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사드는 표적 포착 직전에 이 보호 덮개를 분리합니다. 보호 덮개가 떨어진 앞 부분에는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적외선 탐색기가 달려있습니다.


표적과 약 20~30km 위치한 지점부터 적외선 영상 탐색기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이 장치는 표적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역할을 합니다. 목표를 추적하는 방식에는 레이더와 위성을 이용한 좌표 추적 방식과 적외선 추적 방식이 있습니다. 사드는 후자인 적외선 영상 탐색기(IIR Seeker)를 사용합니다.


전자인 좌표 추적 방식은 대상의 개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기에는 쉽지만, 미사일 격추와 같이 목표와 비행체가 직접 조우해야 하는 정밀한 방식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좌표 방식은 지상과 교신하여 궤도를 계산해야 하는데, 매우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목표와 비행체의 좌표를 실시간으로 계산 및 반영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드가 표적과 만나는 높은 고도는 대기가 희박합니다. 적외선 탐색기를 운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죠. 먼저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표적에서 나온 적외선이 산란에 의한 손실 없이 탐색기까지 잘 전달됩니다. 또한 희박하지만 대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표적인 미사일은 대기와 마찰에 의해 충분히 표면이 뜨거워집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사드는 적외선 탐색기로 20~30km 이상 먼 거리에서 미사일을 식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드에 내장된 적외선 탐색기로 본 미사일 사진, 미 유도탄방어국 제공>


하지만 이 적외선 탐색기를 사용하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적외선 탐색기는 사드의 최저 운용 고도를 제한을 40km 이상으로 제한합니다. 그 원인은 표적이 되는 미사일이 적외선을 방출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고도 40km 이하에서는 대기와 마찰로 인하여 사드의 적외선 탐색기 표면이 수 백도 이상으로 달아오릅니다.


표면이 뜨거워지면 적외선 센서는 표적과 표면의 신호를 구분할 수 없어 제 역할을 잃어버립니다. 사드의 적외선 탐색기가 정면에 위치하지 않고 측면에 있는 것도 마찰에 의한 열기를 줄이려는 노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SM-2 미사일의 경우 탐색기의 표면을 냉각 시키는 장치가 탑재되어 있지만, 냉각액이 표면을 뿌옇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포기하는 대신 최소 운용 고도를 40km로 높인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최후의 일격, 직격 비행체??


직격 비행체는 하나의 부품이 아닌 추진체를 제외한 나머지 탄두 부분을 부르는 개념입니다. 각각의 장비에 이름과 역할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미사일과 직격 하게 되는 부분은 모두 직격 비행체가 됩니다. 사드의 탄두에는 폭약이 장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드의 요격체 부분, 일본 군사블로그 (http://followme2.blog19.fc2.com/blog-entry-28.html)


기존 요격 체계인 패트리엇 PAC-1의 경우 탄두가 표적에 근접한 뒤 폭발하여 후 폭풍과 파편으로 표적을 파괴하는 폭풍 파편 방식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높은 고도의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폭풍 파편 방식은 대기권 내의 미사일이나 비행체 요격에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요격 미사일이 표적에게 피해를 줬더라도 관통력이 부족하여 미사일이 제 기능을 계속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사드는 관통력을 높이기 위하여 폭풍 파편 방식이 아닌 탄두가 미사일을 직접 관통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적의 미사일이 목표를 향해 다가올 때 궤도 상에 직격 비행체를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미사일과 사드의 운동 에너지가 충돌하게 되고 폭약 이상의 힘으로 미사일을 파괴하게 되는 것 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폭풍 파편 방식보다 좀 더 확실하게 미사일을 관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해 해보니 알겠네


< 사드의 미사일 요격 단계, 록히드마틴 공식 홈페이지>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드는 한 발당 1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사드를 라디오 분해하듯 뜯어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구체적인 원리를 살펴보니 사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드가 기존 체계와 다른 것은 더 높고 넓은 범위를 담당하며, 탄두에 폭약이 없는 직격 비행체를 가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미사일 요격의 원리는 적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고, 맞대응 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입니다. 미사일을 잡는데 그에 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에 대응하려면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기술이 전쟁이 아닌 평화의 목적으로 쓰일 수는 없을까요. 역설적이지만 평화를 위해 사드가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김영돈 기자(zeromoney@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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