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태양의 심장을 탐하다
By 정기흥
2016-03-02 22:51:41 2606


“당신의 심장을 뺏겠어요”


공포영화 대사가 아닙니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악녀의 일갈도 아닙니다. ‘인간’이 ‘태양’을 향해 외치고 있는 말입니다.


심장이 인간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듯 인간 문명을 살아있게 만드는 에너지원이 있습니다. 전기에너지. 인류의 심장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지금 인류의 심장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환경 오염 때문입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과정에서 화석 연료가 대기를 오염시킵니다. 원자력 발전 설비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해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인명 피해와 더불어 치명적인 방사능 유출을 초래했습니다.


대안으로 조력 발전, 태양광 발전, 수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가 떠올랐지만 기존 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대채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인류가 새로운 심장을 찾기 위해 눈을 돌렸습니다. 태양으로 말이죠. 태양은 수소라는 원자의 ‘핵융합’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스스로 폭발하고 빛을 내는 ‘별’입니다.


핵융합에너지의 엄청난 효율 덕분에 태양은 지금 같은 열과 빛 에너지를 앞으로 100억 년 정도 더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태양의 심장을 인간이 탐하는 이유입니다.


핵융합, 태양의 심장을 뛰게 하는 힘



핵융합에너지와 친숙해지려면 먼저 ‘원자’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리 주변 모든 물질들은 ‘원자’라 부르는 아주 작은 알갱이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원자는 중심부의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죠. 같은 원자의 원자핵들은 서로를 밀어내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자석의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는 힘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약 같은 원자 둘을 억지로 결합시킨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요? 신기하게도 두 배의 질량을 가진 같은 종류의 원자가 되지 않습니다. 더 무거운 다른 종류의 원자가 되며 어느 정도의 질량이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이때 떨어져 나간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생성된 에너지 양은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과 맞아떨어지죠. 이 과정을 핵융합이라 부릅니다.


핵융합을 위해서는 원자들을 강하게 충돌시켜야 합니다. 서로 밀어내는 힘보다 더 강할 때 가능하겠죠. 이를 위해 원자를 초고온으로 가열합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원자들의 운동 에너지도 강해집니다. 이 운동 에너지가 원자들끼리의 반발력보다 높아진다면 두 원자는 결합하게 됩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겠죠.


태양의 심장, 그 치명적 매력


핵융합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입니다. 물속에 존재하는 ‘중수소’(수소의 종류)의 경우, 물 1L에 들어 있는 양을 가지고 낼 수 있는 에너지가 휘발유 300L에 맞먹습니다. 핵융합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현재의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 방식을 이용합니다. 핵융합과 반대로 원자를 쪼개는 방식이죠. 우라늄 원자와 플루토늄 원자가 주로 쓰입니다. 원자가 쪼개지면서 일정 부분의 질량이 떨어져 나가 에너지로 변환되는 원리입니다.


핵분열 방식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방사능 배출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폭발 사고가 그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폐기물 처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1107_436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1107100040>


반면 핵융합 방식은 방사능 배출의 위험도가 낮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에 따르면 핵융합 발전은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1~2초 내에 운전이 정지되어 발전소 폭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없습니다. 또한 일부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재활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핵분열 방식에 비해 오염과 안전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는 뜻이죠.


또한 석탄, 석유 등에 비해 원료가 훨씬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중수소’의 경우 물이 원료가 되기 때문에 희소성 높은 화석 연료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공급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태양은 만만하지 않아!


태양의 심장을 얻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발전 설비 때문입니다. 핵융합을 위해 물질을 초고온으로 가열하여 ‘플라스마'상태로 만듭니다. 온도는 섭씨 1억 도 이상입니다. 현재 지구 상에는 이렇게 높은 온도를 버텨낼 수 있는 시설이 없습니다. 핵융합 과정을 위해서는 초고온의 열과 압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가열된 플라스마의 온도를 버텨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식이 고안되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온의 플라스마를 버텨낼 물체가 없다면 플라스마가 물체에 닿지 않게 하면 됩니다. 강한 자기장을 통해 플라스마를 띄워서 물체와의 접촉면이 없도록 한다면 가능합니다. 공중에 살짝 떠서 운행되는 자기부상열차와 같은 원리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류가 필요합니다. 이때 한 번 전류를 흘리면 이론적으로 반영구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성질을 가진 초전도체를 이용해 자석을 만든다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응용한 대표적 장치로는 속 빈 도넛 모양의 ‘토카막’이 있습니다.


common1-2 <토카막의 원리 https://www.nfri.re.kr/pr/nuclear_01.php>


지치지 않는 도전


이를 이용해 발전 설비를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의 실험으로는 핵융합을 아주 잠깐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지속, 안정적으로 핵융합을 유지할 수 있는 발전 설비의 개발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세계 유수의 단체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방위 산업체 록히드마틴도 뛰어들었죠. 2014년 10월 15일 공식 발표에서 톰 맥기어 비밀 프로젝트 장은 7x10피트 크기의 소형 반응기(소형 핵융합 기기)로 100메가 와트 전기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음을 주장했습니다. 록히드마틴사는 자체 개발한 콤팩트융합 반응기(CFR)을 발표하며 앞으로 10년 내에 핵융합발전을 상용화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400억 달러(약 49조 원) 규모의 국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도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원 아래 미국, EU, 일본, 한국 등이 참여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토카막'방식이 이 실험로의 핵심입니다. ITER은 이미 투입된 에너지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더 나아가 핵융합으로 발생한 열로 스스로 가열해 융합반응을 지속시켜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규모도 국제적이고,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만큼 앞으로의 성과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KSTAR 스케치 https://www.nfri.re.kr/Contents/NFBoard/board.php?bo_table=NF005&wr_id=10&sca=%BF%AC%B1%B8%C8%B0%B5%BF>


국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1995년 시작해 2007년까지 12년에 걸쳐 개발에만 3,090억 원이 투자된 대규모 핵융합장치인 KSTAR입니다. 역시 토카막 방식의 사용이 핵심입니다. 초전도 자석의 활용으로 유지력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죠. 3,090억 원은 단일 연구 개발 예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태양의 심장을 얻고자 하는 인류의 시도. 결과는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얻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야말로 인류 발전의 진정한 추동력이라는 사실입니다.


정기흥 기자(jeonggh13@scientist.town)

이웃집과학자 명예의 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