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포켓몬GO, 몸통 박치기!

미국 현지시간으로 이달 7일 ‘포켓몬GO’가 정식 출시 됐습니다. ‘닌텐도’와 ‘포켓몬 주식회사’, 구글에서 분사한 게임 개발사 ‘나이언틱랩스’ 등 3사가 합작했죠. 포켓몬GO는 증강 현실 모바일 게임으로, ‘현실에서 포켓몬을 수집할 수 있다’는 독특한 경험을 내세운 게임입니다.

게임을 실행하면 GPS를 기반으로 자신의 주변에 ‘포켓몬’이 등장합니다. ‘몬스터볼’을 던지는 조작으로 이들을 수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제 주변 지형에 따라 물, 풀, 전기 등 다양한 타입의 ‘포켓몬’이 출몰하도록 설계돼 있어 더욱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만 안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렇게 인기 있는 포켓몬GO를 해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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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20시 현재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 모두 포켓몬GO를 검색해도 게임이 나오지 않습니다. 해외 계정을 이용해 다운 받을 수는 있지만, 중간에 시작 포켓몬 받는 단계에서 더 진행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한국엔 정식 출시되지 않은 거죠.

지난 11일에 아주 잠깐 서버가 열렸지만 개발사가 의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서비스가 금방 중지 돼버린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마니아들은 정부가 구글에게 국내 지리 정보를 반출 해주지 않은 것처럼, 포켓몬GO도 한국 내 지도 서비스가 힘들지 않겠냐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도 위에 포켓몬이 나타나고 그 곳에 직접 가야하는데 지도를 쓸 수 없다면,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게임사에게도 곤혹스러운 일 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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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장은 조금 기다려라, 한국은… 힘들지도 모른다는 포켓몬 GO 고객지원팀의 답변>

포켓몬 측의 입장은 조금 기다려 달라는 겁니다.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만 포켓몬GO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포켓몬 공식 페이스북은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등 순차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며,  아시아 지역은 일본에서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태초마을 ‘속초’

한편 강원도 속초시에서는 포켓몬GO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포털 네이버의 검색 순위 상위는 오늘 하루 종일 ‘포켓몬go’, ‘속초 포켓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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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진 행렬, KOBUS 노선표 조회>

12일 한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이 소식은 SNS를 타고 포켓몬 마니아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속초로 가는 고속버스 편을 매진 시켜버리기도 했습니다. 속초는 뜻밖의 2016년 여름 관광 명소가 됐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속초시 공식 페이스북(좌측), 속초에서 얻은 포켓몬 두두와 슬리프를 제보해주신 김옥숙 이웃(중앙, 우측)>

게임 전문 웹진 <인벤>을 비롯한 수많은 언론이 속초 현지에서 포켓몬GO가 실행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수많은 마니아들이 몰려든 속초시는 SNS 상에서 ‘한국 포켓몬의 성지’ 혹은 ‘태초마을(포켓몬 게임이 처음 시작하는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은 상항입니다.

 

왜 속초인가

여건이 허락한다면 지금이라도 속초로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왜 속초만 되는걸까요?

처음 커뮤니티에 이 소식이 제보되었을 때 네티즌들은 속초가 38선 이북이라서 제작사가 북한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다소 황당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8선은 1945년에 정해진 개념이고 실제 휴전선과 차이도 많이 납니다. 만약 38선이 기준이라면 마찬가지로 38선 위에 있는 연천 지역에서도 가능해야 하는데, 취재 결과 이 곳에서는 포켓몬GO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속초는 정말로 포켓몬에게 선택받은 도시일까요? 비밀은 나이안틱 랩스가 기존에 서비스하고 있는 <INGRESS>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안틱랩스가 2013년 내놓은 ‘INGRESS’는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땅따먹기 게임입니다. 전 세계의 플레이어는 자신이 사는 곳 주변에 설치된 ‘포탈’에 접근해서 상호작용을 통해 지역을 장악합니다. 자세한 플레이 방법이 어찌 됐든 가상의 ‘포탈’에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점은 포켓몬GO의 포켓몬 잡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INGRESS의 한국 지도와 속초 지역 ‘셀’>

INGRESS는 전 세계를 ‘셀’이라는 마름포 형태로 나눴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포켓몬GO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속초와 주변 지역은 ‘NR15-ALPHA-12’ 구역입니다. 강원 북부와 북한 일부가 포함된 구역이죠.

이러한 구역 구분이 속초를 ‘한국의 포켓몬 성지’로 만든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나이안틱랩스는 아직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고요. 전 세계를 컴퓨터 속에 넣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포켓몬GO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INGRESS 지도 데이터 베이스를 동기화 한 것도 납득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 6월 구글은 한국 정부에 다시 한번 지리 정보 반출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0년에 이은 두 번째 시도입니다. 구글이 받게 될 결과가 포켓몬GO의 한국 출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한국의 포켓몬 마니아들은 구글을 응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김영돈 기자(zeromoney@scientist.town)